단상 – 시에라 컵(Sierra Cup)

낡고 찌그러져서 볼품이라고는 적삼 사이로 늘어진 망태 할배 불알같은 이 시에라 컵은 내 애장 중 하나다. 디지털 기기와 달리 생사의 한계도 없거니와 춥고 습함도 따지지 않는다. 그저 주인 가는 길이라면 배낭 옆구리 한켠 단단히 움켜쥐고 발이라도 달린 양 앞서 나서지.

갑오년 벽두부터 아내와 약속한 해넘긴 그릇들과 냄비를 설겆고 나니 커피 한잔도 대령하랍신다. 이런 연고로 찻잔과 함께 꺼내어진 이 시에라가 무슨 죄겠냐 마는 그동안 집안에 무심했음을 인민재판하고 그것도 모자라 기관총으로 벌집을 냈으면 될 것이지 쨉이 여념없다. 잘못했습니다.

안에서든 밖에서나 일을 주도 할 땐 자신했는데 어째 끌려 다닌다. 이래서는 않된다. 방법을 달리 해야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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